
한국영화에서 여성은 오랫동안 ‘사랑받는 대상’, ‘희생하는 어머니’, ‘범죄 피해자’ 등으로 주변화된 인물이었습니다. 주인공이라 해도 서사를 능동적으로 이끄는 경우는 드물었고, 대부분은 남성 캐릭터의 감정선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 소비되곤 했습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여성 캐릭터는 점차 서사의 중심, 즉 이야기의 주체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스크린에 ‘여성’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 그 여성의 욕망, 분노, 선택, 성장이 영화의 핵심으로 작용하는 시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그렇다면 한국영화에서 여성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서사 주체’로 기능하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일까요? 이 글에서는 시대 흐름, 대표 작품, 산업 환경의 변화를 중심으로 그 시작과 전개를 정리해보겠습니다.1. 여성의 주변인 시절: 19..

2017년 개봉한 ‘겟 아웃(Get Out)’과 2019년 칸 영화제를 휩쓴 ‘기생충(Parasite)’. 두 영화는 공포와 스릴러라는 장르적 외피를 입었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히 무섭고 소름 돋는 이야기를 넘어서 있습니다. 바로 ‘계급’이라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공포하지만 이 두 영화는 같은 문제를 다루면서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겉으로는 흑백 인종차별과 빈부격차라는 소재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핵심 방식과 서사의 구조, 인물의 감정선이 글에서는 ‘겟 아웃’과 ‘기생충’이 어떻게 각각 계급 문제를 공포화했는지, 그 표현 전략, 장르 활용, 메시지 전달 방식1. 공포의 대상: ‘겟 아웃’은 타인의 시선, ‘기생충’은 구조 그 자체‘겟 아웃’의 공포는 “..

미국 청춘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장르 중 하나입니다. 하이틴(High-Teen) 장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이 카테고리는 단순한 학원물, 로맨스를 넘어 미국 사회가 청소년기를 바라보는 시선과 문화적 코드를 오롯이 담아내는 콘텐츠로 자리 잡아왔습니다.특히 미국 청춘영화에는 몇 가지 반복되는 상징적 코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파티, 졸업식, 금지된 사랑입니다. 이 세 요소는 단지 장르적 장치가 아니라, 미국식 성장 서사의 핵심이며, 청춘이라는 불안하고 찬란한 시간을 구조화하는 장면들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국 청춘영화의 문화적 정체성을 분석합니다.1. 파티(Party): 자유, 해방, 갈등의 서막미국 청춘영화에서 파티는 단순한 배..

아시아 공포영화는 전 세계 영화 팬들 사이에서 ‘진짜 무섭다’는 평을 얻을 만큼 독특한 감성과 연출력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한국, 동남아(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는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미학적 스타일을 바탕으로 고유한 호러 세계를 구축해왔습니다.이 글에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 지역의 공포영화가 어떤 정서, 테마, 연출, 캐릭터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는지 비교 분석하고, 왜 지금 이들이 ‘아시아 호러 전쟁’이라 불릴 만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1. 일본 공포: 정적인 공포, 서늘한 저주, 원혼의 철학일본 공포영화는 ‘정적(靜的) 공포’의 대표주자입니다. ‘주온’, ‘링’, ‘회로’, ‘노리코의 식탁’ 같은 작품들을 보면, 유령의 존재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공..

아시아 액션영화의 전설이라 불리는 두 인물, 성룡(成龍, Jackie Chan)과 이연걸(李連杰, Jet Li). 두 배우는 모두 무술을 기반으로 한 액션 연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그들의 액션 철학과 표현 방식은 매우 다릅니다. 단순히 스타일의 차이를 넘어서, 무술에 대한 인식, 연출 방식, 몸의 리듬에 대한 이해까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이 글에서는 성룡의 '리듬액션'과 이연걸의 '무협철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두 스타가 어떻게 액션을 대하고, 영화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구현했는지를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1. 이연걸의 무협철학: 절제, 내면, 정신성이연걸은 북경 무술팀 국가대표 출신으로, 중국 우슈대회 5관왕이라는 엄청난 이력을 바탕으로 영화계에 입문했습니다. 그의 액션..

오랜 시간 SF(Science Fiction) 장르는 헐리우드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화려한 시각효과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장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형 SF가 그 틀을 깨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SF 영화와 감독들이 높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이 글에서는 한국형 SF 영화가 아시아에서 어떤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 중심에 어떤 감독들이 있고, 어떤 특성이 한국 SF를 ‘독자적’이고 ‘공감 가능한’ 장르로 만들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1. 한국 SF 영화의 부상과 아시아 내 반응한국 SF 영화가 본격적으로 아시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비교적 최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