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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 vs ‘기생충’, 계급 공포의 방식 차이(공포의 대상, 장르 활용, 인물의 시선과 감정 구조, 비주얼 상징, 두 작품이 남긴 질문)
어텀데이 2025. 4. 17. 16:48목차
2017년 개봉한 ‘겟 아웃(Get Out)’과 2019년 칸 영화제를 휩쓴 ‘기생충(Parasite)’. 두 영화는 공포와 스릴러라는 장르적 외피를 입었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히 무섭고 소름 돋는 이야기를 넘어서 있습니다. 바로 ‘계급’이라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공포</strong를 시네마틱하게 해부해낸 두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영화는 같은 문제를 다루면서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겉으로는 흑백 인종차별과 빈부격차라는 소재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핵심 방식과 서사의 구조, 인물의 감정선</strong이 극명하게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겟 아웃’과 ‘기생충’이 어떻게 각각 계급 문제를 공포화했는지, 그 표현 전략, 장르 활용, 메시지 전달 방식</strong을 비교 분석합니다.
1. 공포의 대상: ‘겟 아웃’은 타인의 시선, ‘기생충’은 구조 그 자체
‘겟 아웃’의 공포는 “너는 우리와 다르다”는 시선에서 출발합니다. 백인 여성의 집에 초대받은 흑인 남성이 겪는 이상한 분위기, 미묘한 언행, 그리고 끝내 드러나는 인종 착취적 수술 시스템</strong은 현실에 발 딛고 있지만 상징성이 강한 공포를 형성합니다.
반면 ‘기생충’은 특정한 가해자 없이 사회 구조 그 자체가 공포의 주체</strong입니다. 부잣집과 반지하 가정의 위치 차이, 계단 구조, 냄새에 대한 미묘한 언급, 몰락하는 순간의 비 등은 관객에게 “나는 절대 그 위로 올라갈 수 없다”는 인식</strong을 심어줍니다.
결국 ‘겟 아웃’은 의도된 차별</strong에 대한 공포, ‘기생충’은 무의식적 위계 속 생존의 불가능성</strong에 대한 공포를 보여주는 것이죠.
2. 장르 활용: 겟 아웃은 호러, 기생충은 블랙코미디 스릴러
‘겟 아웃’은 명백한 공포영화의 문법을 따릅니다. 하우스 호러 구조, ‘선택받은 자’의 억압, 무력한 피해자, 기이한 분위기의 음악과 음향효과 등은 클래식한 호러영화의 뼈대를 차용한 것이죠. 다만 그 안의 실체가 귀신이 아닌 우아한 인종차별주의자</strong들이라는 점에서 현대적 공포로 전환됩니다.
반면 ‘기생충’은 장르를 뛰어넘는 블랙코미디+가정극+스릴러+슬래셔</strong의 복합적 성격을 지닙니다. 특히 중반까지는 유머러스하게 흘러가다가, 지하실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스릴러로 급변하고,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폭력성이 노골화됩니다.
이처럼 겟 아웃은 장르 내에서의 전복, 기생충은 장르 간의 전환으로 계급 공포를 드러내는 접근 방식 자체가 상반적</strong입니다.
3. 인물의 시선과 감정 구조
‘겟 아웃’의 주인공 크리스는 영화 내내 불안을 느끼지만, 그 불안을 외부에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strong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미국 흑인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공포를 감지하면서도 침묵해야 하는 공포의 현실성</strong을 보여줍니다.
‘기생충’에서는 반지하 가족 구성원들이 오히려 능동적으로 ‘기생’의 전략</strong을 세워 상류층에 접근합니다. 하지만 그 접근 자체가 결국 한계에 부딪히며 무력하게 붕괴되고, 그 감정은 끝내 분노로 폭발</strong하게 되죠. 이는 한국 사회에서의 계급 고착, 노력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벽을 감정의 궤적을 따라 체험하게 합니다.
결론적으로, 겟 아웃은 침묵 속의 억압을 시각화하고, 기생충은 공생의 실패를 폭발로 마무리</strong합니다.
4. 비주얼 상징: 색채와 공간으로 말하는 공포
겟 아웃의 상징은 ‘선물 같은 백인 가정집’과 ‘의자에 묶인 채 빠지는 블랙홀’</strong입니다. 이 두 요소는 외견상 따뜻하고 안정적이지만, 실은 주인공의 정체성을 지우고 통제하는 공포의 공간입니다. 시각적으로도 하얀 벽, 깔끔한 인테리어, 붉은 혈색</strong을 통해 이질감을 형성하죠.
기생충은 수직 구조의 공간</strong 자체가 계급의 은유입니다. 부잣집은 높은 언덕 위, 가난한 집은 반지하에 위치하며,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는 장면은 상징 이상의 실제적 거리감</strong을 전달합니다. 또한 ‘비’라는 요소는 영화에서 절망을 상징하며, 하나의 사건이 모든 걸 쓸어버리는 현실적 무력감</strong을 표현합니다.
5. 두 작품이 남긴 질문: 누가 괴물인가?
‘겟 아웃’은 괴물이 따로 없습니다. 그들은 정중하고, 세련되며, ‘친절한 인종차별’을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공포는 괴물의 형태가 아닌 시스템에 편입된 차별</strong에서 나옵니다.
‘기생충’도 마찬가지입니다. 명백한 악인은 없습니다. 오히려 모두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지만, 결국 누군가의 ‘냄새’와 ‘지위’를 통해 삶의 방향이 결정되는 구조</strong 속에 있죠.
이 두 영화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귀신도, 괴수도 아닌 현실이 만들어낸 괴물들</strong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일상 속에서 무심하게 반복되는 계급의 작동방식입니다.
결론: ‘겟 아웃’과 ‘기생충’, 다른 얼굴의 같은 질문
‘겟 아웃’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이 얼마나 교묘하게 남아 있는지를,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계급 고착이 얼마나 은밀하고도 잔혹한지를 말합니다. 그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두 영화 모두 관객에게 “너는 정말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장르의 외피는 다를지 몰라도, 이 둘은 모두 사회적 공포를 시각화한 예술적 실험</strong이자,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믿고 있는 일상’에 대해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미러</strong입니다.
그래서 ‘겟 아웃’과 ‘기생충’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서로 대화하는 영화들이며, ‘불편한 진실’을 꺼낸 자들의 두 얼굴</strong이기도 합니다.